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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 후기

[감상평] Netflix - 디피 D.P. 1~2를 보고

Stan Lee 2023. 8. 13.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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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넷플릭스에서 기대작 D.P. 2가 공개됐다. 토요일 하루 날을 잡고 6개 편을 모두 내리 봤다.

 

시즌 1에 비해서는 확실히 감동이 떨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 볼만했기에 예전에 시즌 1을 보고 블로그에 올리려고 적어두었던 감상평을 들춰봤다. 시즌 1에서 느낀 바가 많아 바로 글을 적다가 끝까지 마무리를 못했는데 이번에 시즌 2를 본 김에 한번 이어서 마무리를 해볼까 한다.


당시 글의 시작은 이렇다.

 

실감 나는 군대 이야기

오래간만에 큰 울림이 있는 드라마를 봤다. 사실 나는 드라마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가끔 꽂히는 드라마가 있으면 밤새 몰아보는 습관이 있는데, 바로 어제 Netflix Original, D.P. 에 꽂혀버렸다. 밤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 자리에서 6편을 내리 봤다.

D.P - Deserter Pursuit, 탈영병을 잡는 헌병. 이병 안준호와 상병 한호열은 중사 박범구와 함께 D.P 담당이다. 드라마는 이들 D.P들이 겪는 에피소드를 그렸다. 

드라마는 재밌다. 몰입감이 엄청나고, 배우들의 연기력 역시 뛰어나다. 하지만 불편하다. 왠지 모르게 불편하다. 6편 마지막 장면까지 다 보고 나서 엔딩 크레딧이 전부 다 올라갈 때까지 영상을 끄지 못했다. 평소 같으면 여러 편을 내리 보면 피곤해서 바로 잘 텐데, 왜인지 모르게 잠이 안 오고 가슴이 아려왔다. 

그냥 드라마일 뿐인데, 무엇이 그토록 나를 불편하게 했는가?

 

사실 지금은 그 당시 감정이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당시 적었던 글을 토대로 감상평을 이어서 적어보고자 한다.


시즌 1의 6편 마지막 부분에 이병 안준호가, 본인의 라이터로 자살을 하게 된 한 일병의 추모공원을 찾아가는 장면이 있다. 여기서 고인이 된 일병의 누나를 만나는데, 이 누나가 안준호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다. (이 누나 분은 시즌 2에서 군 인권을 위한 시민운동가가 되어 다시 등장한다.)

"내 동생이 그렇게 좋은 선임이었다면, 왜 내 동생이 힘들어할 때 가만히 있었느냐고, 왜 어느 누구 하나 도와주지 않았느냐고."

 

드라마 말미에  조석봉 일병 또한 이런 이야기를 한다.

왜 내가 죄를 받아야 하냐고. 다들 가만히 있었으면서 왜 이제 와서 위하는 척을 하냐고.

 

내가 불편했던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었던 것 같다. 나 역시 방관자였으니까.


나는 해병대를 나왔다. 나름 여러 이유로 선택을 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이왕 2년 가는 거 빡센 부대를 가보자라는 생각이었다. 그 당시 인터넷으로 여러 가지 정보를 찾아봤는데, 거의 대부분의 내용이 해병대 악습에 관한 내용이었다.

 

구타, 벌레 먹이기, 기수열외, 악기바리, 드래곤볼(과자와 물을 동그랗게 뭉쳐서 억지로 먹이는 악습) 등 각종 가혹행위들.

 

군 생활을 돌아보면 나를 가장 괴롭혔던 2명이 생각나는데, 한 명은 그냥 심심하다고 날 다양하게 괴롭혔고, 한 명은 내가 좋다는 핑계로 성희롱을 했다. 가령 엄지 손가락을 입에 대고 뽀뽀를 한다던가, 같은 침대에 누워 이야기를 한다던가.

 

부대에서 소위 말하는 "기합"이 되고 싶었다. 선임이 군모에 똥을 싸도 작전이다라는 이야기가 있듯이, 해병대 특유의 기수 문화가 더해져 선임들은 곧 신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정말 선임들이 시키는 건 고민도 하지 않고 뭐든 했던 것 같다. 이미 10년도 지난 꽤 오래전 일이라 내가 그 당시에 어떤 감정으로 그렇게 선임들 말을 곧이곧대로 들었는지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당시를 돌아보면 내 기억에 군 생활이 엄청 힘들었다거나,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기억은 없는 것 같다. 군대도 결국은 사람이 사는 곳이고, 적어도 정말 아무 이유도 없이 사람을 패거나 괴롭히진 않았었으니까.


그러던 중 해병대 2사단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터졌다. 내가 3월 7일에 입대하고, 5월에 연평도에 들어갔으니까 딱 2달 뒤였다.

 

사건이 터지자마자 곧 우리 중대 이병들이 현관 앞으로 소집됐다. 이후 서로 안 보일 정도로 널찍이 떨어져 앉아서 종이와 펜을 받았는데, 부대 내 기수열외 등과 같은 악습이 있거나, 힘든 일이 있으면 모두 다 적으라는 지시가 이어졌다. 과연 거기에 누가 적을 수 있었겠는가?

 

부대 특성상 그런 부조리를 참지 못하면 낙오자가 되고, 부조리 피해자가 오히려 병신 취급을 당한다. 적응을 못한 부적응자가 되고, 선임들한테 찍히게 되어 각종 괴롭힘의 대상이 된다. 심한 경우 소위 말하는 "기수 열외" 대상이 되기도 한다.

 

지금 생각하면 분명 잘못된 악습이고, 고쳐야 할 부분인데 당시 나는 그 종이를 받자마자 좀 반감이 생겼던 것 같다. 해병대는 들어가자마자 맞선임이 알려주는 5대 인계사항? 같은 게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간부는 적이다"라는 말이 있었고, 당시 이병이었던 나는 그 말에 영향을 꽤나 받았던 것 같다. 그래서 종이에 이렇게 적었다.

"해병대는 다 자원입대고, 인터넷에 조금만 찾아봐도 악습이 많은 건 누구나 다 알 수 있다. 자원해서 왔기에 모두 그런 부분을 알고 들어왔을 거고, 나도 그걸 알고 들어왔다. 왜 우리가 괜찮다는데 간부들이 나서서 뭐라 하냐."

 

내 기억에 거의 일필휘지 느낌으로 생각나는 대로 당차게 쭉쭉 적었던 것 같다.

 

바로 면담에 불려 갔다.


그 당시 담당관이 정확히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당시 담당관 역시 병 출신에서 소위 '기리까시'를 하여 부사관이 되어 우리 소대장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네 마음 다 안다. 하지만 이런 데다 이렇게 적으면 안 된다. "

 

나도 어쩔 수 없는 방관자였던 것이다. 분명 당시 내 동기는 옆 소대에서 엄청 힘들어하고 있었는데,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군 생활 동안 내가 후임을 괴롭힌 적은 없지만, 후임들이 그 후임들을 괴롭힐 때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단순히 내가 안 그런다고 괜찮은 게 아닌데, 나는 무엇을 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포항 훈련소 후반기 교육 때부터 함께 했던 내 동기가 옆 소대에서 가혹행위로 힘들어할 때, 아무것도 못했다는 생각이 좀 아렸다.


조석봉은 왜 괴물이 됐을까

드라마에서 가장 안타까웠던 인물이 있는데, 바로 '조석봉' 일병이다. 입대 전에는 석봉 + 간디를 합친 "봉디쌤"이라고 불렸던 착한 인물. 어려서 유도를 하면서 국가대표 상비군까지 뽑혔지만, 사람을 때리는 게 싫어서 유도를 접은 선한 인물.

 

그 조석봉 일병이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은, 우리나라 군대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준다. 특히 조석봉 일병이 후임들을 때리고 괴롭히는 장면이 안타까웠다.

 

해병대에서도 일병 5호봉이 되면, 부대 중간층으로 군기 담당이 된다. 후임들을 관리하지 못하면 내가 더 혼난다. 조석봉 일병은 후임들이 기수표를 못 외우면 본인이 혼나니까, 후임들에게 더 강하게 나간다.

 

조석봉 일병은 얼마나 괴로웠을까. 이병 때는 그냥 내가 맞고 끝내면 됐는데, 어느덧 시간이 지나고 호봉이 올라가니 이제는 중간 관리자가 되어 당시 나를 때리던, 혐오하던 그 선임들의 역할을 해야 한다니.

 

조석봉이 탈영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된 황장수는 이런 말을 한다. 조석봉이 왜 나를 그렇게 괴롭혔냐고 묻는 장면이었는데, 황장수는 이렇게 답한다. (황장수는 부대에서 조석봉을 가장 악랄하게 괴롭혔던 선임인데, 아무렇지 않게 전역을 하자 조석봉은 이 황장수에게 복수하기 위해 탈영을 한다.)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 참 무서운 말이다. 그리고 결국 이 황장수의 한 마디가 D.P. 시즌 1~2를 아우르는 핵심적인 메시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즌 2의 마지막 장면에 황장수가 다시 사회로 돌아가 평범한 대학 생활을 하는 장면이 잠깐 나오는데, 제작자는 분명하게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사회에 있었으면 분명 다 정상인들인데, "군대"라는 특수한 조직에 있다 보니 환경이 이들을 그렇게 만들었다는 걸.


그래서 시즌 2는?

시즌 2는 개인적으로 시즌 1에 비해서는 그렇게 울림이 크지 않았다. 물론 GP 이야기, 성 소수자 이야기, 총기난사 사건, 군 수뇌부의 사건 은폐 등 굵직한 사건들이 많이 나오긴 했지만, 시즌 1의 임팩트를 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여기서도 결국 드라마 말미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시즌 1에서 등장했던 동생을 잃은 누나에게 박범구 중사가 이런 말을 한다.

"여기는 어쩔 수 없이 그런 데니까."

 

결국 군대라는 특수한 조직이 만들어낸 모든 이 비극은, 결국 저 한마디에서 비롯된다. 어쩔 수 없다, 원래 그런 거다, 일이 커져봐야 좋을 게 없다, 좋은 게 좋은 거다. 결국 시즌2 초반 총기난사를 했던 모 일병의 말처럼, 뭐라도 하지 않으면 변하는 게 없는 곳, 그런 곳이 바로 군대며, 대한민국 모든 남성들이 거쳐야만 하는 그런 곳이다.

 


D.P. 시즌 1~2를 모두 본 지금, 내 군생활을 많이 돌아보게 되는데 역시 나 역시 방관자였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 분명 그 당시 내 주위에도 힘들어했던 동기, 후임들이 있었지만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런 분위기에서는 어느 누구도 쉽게 움직이지 못했을 거야"라는 말로 나 자신을 위로할 수도 있겠으나, 사실 그런 건 모두 핑계일 뿐 결국은 용기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안준호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를 보며 중간중간 안준호가 이해 안 가는 부분도 많고, 답답하고 참 고문관스럽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결국 우리 사회는 안준호 같은 사람들의 용기로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같다.

 

"결코 바꿀 수 없을 것이다. 뭐라도 하지 않는다면"

 

결국 이 사회를 바꾸는 건 용기를 내어 뭐라도 하는 사람들 덕분이다. 내가 다시 군대로 돌아간다 해도 안준호와 같이 행동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본인에게 떳떳하게, 소신 있게 밀어붙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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