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댕이의 문화 & 금융 이야기 -

[서평]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 ★★★★☆ 본문

Book

[서평]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 ★★★★☆

Stan Lee 2025. 3. 3. 23:33
반응형

읽은 책 :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문학동네

다 읽은 날짜 : 2025년 3월 3일, 지면
 

< 읽게 된 동기 > 

STEW 독서소모임 시즌1 마지막 발제도서. 노벨상 수상 기념 한강 작가 스페셜을 진행 중인데, 어느덧 마지막 책이다.


< 한줄평 및 별점 >  ★★ ☆ ( 4점 / 5점 )

같은 작가의 작품을 세 권째 읽으니, 비로소 한강 작가의 진수가 느껴진다. 가슴 아픈 역사적 사건을 직접적인 서술 없이도, 제3자의 시선에서 누구보다 설득력 있게 아픔을 전달하는 힘이 인상적이다.


< 서평 >

 

어느 순간부터 시간이 무척 빠르게 흐르는 것 같다. 벌써 2025년 3월, 어느덧 한 해의 6분의 1이 지나갔다. 올해는 을사년, 푸른 뱀의 해라고 하지만 정작 나는 새해 계획조차 제대로 세우지 못했다. 회사에 입사한 후로는 일상에 쫓기며 그런 것들을 챙길 여유가 점점 줄어드는 듯하다.

 

그럼에도 올해 한 가지 다짐한 것이 있다면, STEW 독서소모임의 책은 반드시 다 읽고, 늦더라도 서평은 꼭 쓰자는 것이었다. 1~2월까지는 잘 실천했지만, 이번 3월에는 다소 고비가 있었다. 그럼에도 대체휴일을 이용해 끝까지 읽어내고 지금 이렇게 서평을 쓰고 있다.

 

이번에 읽은 책은 1월 『소년이 온다』, 2월 『채식주의자』에 이어 『작별하지 않는다』다. 어느 한 권도 쉽지 않은 작품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번 작품이 가장 수월하게 읽혔다.

 

'소년이 온다'는 화자가 계속 바뀌고, 죽은 혼령의 시점에서 서술되며, 여러 인물의 이름이 간접적으로 등장하는 구조라 자꾸 앞쪽으로 되돌아가며 읽어야 했고, '채식주의자'는 초반부가 흥미로웠지만, 뒤로 갈수록 내용이 점점 난해해졌다. 반면, '작별하지 않는다'는 앞선 두 작품과 달리 크게 막히는 부분 없이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책을 덮은 지금, 다른 두 작품보다 더 깊은 여운이 남는다. 이유를 딱 꼬집어 말할 순 없지만, 읽고 난 뒤에도 가슴이 계속 먹먹하다.

 

이 소설의 화자는 경하다. 경하의 시점에서 인선을 바라보고, 인선을 통해 그녀 어머니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리고 인선의 어머니는 제주 4.3 사건으로 가족을 잃은 피해자다. '소년이 온다'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 역시 인선과 그의 어머니를 통해 제주 4.3 사건의 비극을 담담하면서도 강렬하게 전달한다.

 

그러나 소설을 다 읽고 난 지금도 앞선 한강 작가의 두 작품처럼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더 많다. 특히 1부가 그렇다. 2부에서는 인선과 그녀 어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제주 4.3 사건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지만, 1부는 경하가 인선의 부탁을 받고 그녀의 새를 구하기 위해 폭설이 내리는 악천후 속에서 제주도 외딴 작업실로 향하는 과정이 주를 이룬다.

 

이 부분은 아무리 생각해도 작가의 의도가 선뜻 짐작되지 않았다. 인선이 기르던 새, 아미와 아마의 존재, 그리고 아마의 죽음과 경하가 아마를 묻어주는 장면 등은 소설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명확하게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그럼에도 책을 덮고 난 지금 마음이 무겁다. 인선의 어머니 때문일까? 아니면, 정치적 이념 때문에 희생되었던 수만 명의 무고한 사람들 때문일까? 이런 소설을 읽을 때마다 같은 생각이 든다. 내가 지금 이렇게 살아갈 수 있는 건, 단순히 시대를 잘 타고났기 때문이라고. 만약 내가 그 시대, 제주도에서 태어났다면, 인선 어머니의 가족들처럼 희생자가 되었을 거라고.

 

STEW 독서소모임 덕분에 어느새 한강 작가의 작품을 세 권이나 읽었다. 아마 혼자였다면 절대 읽지 않았을 작품들이다. 재미도 없을뿐더러, 바쁜 현실 속에서 굳이 어둡고 가슴 아픈 역사를 다룬 소설을 찾아 읽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을 테니까.

 

하지만 중, 고등학교 때부터 역사를 좋아했던 한 사람으로서, 이런 소설을 접할 때마다 많은 반성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분명 근현대사를 배울 때 제주 4.3 사건을 접했을 텐데, 그때는 왜 이런 감정을 느끼지 못했을까? 교과서에서 "제주 4.3 사건"이라는 단어를 텍스트로 접할 때와, 이렇게 소설을 통해 이야기로 마주할 때의 감정이 너무나도 다르다.

 

단순히 텍스트 속의 역사적 사건으로만 인식했던 것들이 인선과 그의 어머니의 삶을 따라가면서 구체적인 현실로 다가왔다. 텍스트 속의 무미건조한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았던 누군가의 삶이었고, 가족이었으며,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야기라는 것을 이 작품을 통해 체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소설의 힘이 아닐까 싶다. 단순한 사실을 넘어,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감정과 상처를 온전히 전달하는 것. 그리고 한강 작가는 바로 그런 일을 너무나도 탁월하게 해낸다.


제주도를 방문한 지 오래되었지만, 제주도에 간다면 4.3 박물관은 꼭 한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이제는 제주 4.3 사건을 접할 때 단순히 "그런 일이 있었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깊이 이해하고, 기억하고, 잊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작별하지 않는다"라는 제목처럼, 제주 4.3 사건은 단순한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절대 작별할 수 없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반응형
Comments